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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모든 순간을 소중히 ::

Almost Famous 그리고 Billy Elliot

영화 2009/08/20 18:11 by 애나무
친구가 대성학원 대빵께서 해준 강의를 보여주었다. 뭐 강의 전체가 아니라 짧은 부분일 뿐인데, 그 요지는 "공부 못 하는 사람과 잘 하는 사람의 차이는 유전자가 80퍼센트정도 결정합니다. 근데 안 되는 놈들이 덤비니까 괴로운거에요. 미국을 보세요. 걔네는 이미 안 되는 애들을 다른 길로 인도할 줄 알아요. 자기에게 맞는 게 있어서 그거 하면서 행복하게 잘 살아요."라는 거다. 뭐 강의 전체도 아니고 짧은 문맥이거니 하고 생각할 수 있는데, 좀 씁쓸하긴 했다. 왜냐면 그걸 완전하게 부정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욕이 절로 나온달지.

그래서 얼마 전에 본 Almost Famous와 Billy Elliot가 머리 속에 맴돌았다.

이 두 영화는 모두 성장물이다. 다만 배경이 조금 다를 뿐. 한 쪽은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를 따라다니며 르포를 하는 친구고, 한 쪽은 발레를 좋아하는 친구일 뿐이다. 이들은 극적인 만남과 사건들을 이룩하면서 자신의 꿈에 도전한다. 그리고 결국 자신의 인생에서 승리한다. 이것이 영화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 전부이다.


재미있는 공통점은 이 두 아이 모두 편부모 가정에서 자랐으며, 가정에 불화가 있다는 것이다. 또 부모가 바라는 아이의 성장 모델과 아이가 그리는 성장 모델이 전혀 달라서 질질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극명한 차이점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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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춘기는 단지 마케팅 도구일 뿐이야."라고 말하는 Almost Famous속 심리학 교수이자 두 아이(누나와 주인공)의 어머니는 아이를 키우는데 극명한 의지와 견해가 있다.(주인공을 남들보다 2년 빨리 정규 과정을 패스시킨다. 그것도 주인공에게 나이를 속여서 [..]) 마치 사커맘처럼 교육열도 강하고 아이가 잘못된 길을 가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아주 강하다. 그러나 누나는 엄마의 바람대로 살지 않았고, 자기 내키는대로 살았다.(사실 어머니가 극성스럽게 하는 것도 맞다. 사이먼&가펑클을 마약을 찬양하는 시라고 하질 않나 ;ㅅ;) 그래서 영화 초반에 주인공에게 수많은 레코드를 물려주고 자신이 갈 길 간다. 물론 엄마가 반대하긴 하지만 그러한 딸을 쉬이 보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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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lly Elliot의 편부모는 아버지이다. 어머니를 일찍 여의고 나이든 할머니와 형과 함께 탄광촌에서 살아간다. 이들은 노동자 계급으로 아주 가난하게 살아가며 그의 형 역시 아버지와 같은 광부다. 이 아이의 형과 아버지는 전형적인 마초다. 이 부자는 같은 곳에서 일하고 같이 파업하고,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산다. 물론 좀 급진적인 쪽은 젊은 형이다. 위의 영화의 누나처럼 주인공을 자상하게 대해주지 않는다. 레코드 좀 들었다고 지랄하고,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아버지보다 더 말이 많다. 주인공은 가정 분위기상 남자는 남자다워야 한다고 배운다. 할아버지와 아버지와 형이 그랬던 것처럼 복싱을 배워야하고, 가정에 절대 복종해야 한다. 이런 분위기상 할머니의 발언권은 말할 것도 없다. 뭐 남성권력 여성권력 이렇게 대충 찔러도 아귀가 맞을 것 같은 두 영화다. 프로이트는 정말 가져올 필요도 없고...


여하튼 이 두 주인공은 역시 재미있게도 가정에서 혹은 부모의 뜻과는 정 반대의 인생을 살아가려 한다. 어머니가 그렇게나 싫어하던, 누나의 출가선언의 빌미가 되었던 '락 스타'의 열렬한 팬이자, 학생 주제에 락 전문지에 기고하는 아이로 변모하고, 빌리는 계집애들이나 하는 발레에 관심을 가진다. 그리고 용감하게 그곳에 뛰어든다. '락 스타'와 함께 생활하면서 그들의 모든 것을 본다. 열렬한 팬이자 소년 기자로서 그들이 약하고, 음악하고 sex하는 모습을 밀착취재한다. 이미 취재가 아니라 그들의 근간을 이루는 진정한 팬이 된다. 그리고 빌리는 자신의 재능을 주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 어디서든지 춤추고, 춤에 대해 열정을 가지고, 자기 자신을 온전히 내던진다. 결국 두 주인공은 모두 자신의 부모를 '설득'한다. 설득 시키고 만다. 비록 교육의 방법과 교육 내용과는 전혀 다른 삶을 선택함에도 부모는 막지 못한다.


물론 이 이야기에서 '현실'도 있다. 당연하듯이 마약을 하는 이들에게 아들을 맡긴 부모는 얼마나 불안할지.(요즘 같으면 상상도 하지 못하겠지) 아들은 그 좋다는 '락 스타'를 위해 시험도 빠지고, 졸업식도 안 나온다. 빌리의 아버지는 빌리가 좋아하는 것을 알지만, 도저히 가정형편상 아이의 꿈을 도와줄 수 없다. 형 역시 빌리가 아버지나 자신처럼 월급쟁이로 남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원하지 않기에 더욱 열렬히 노동 조건을 위해 파업을 하고 더 닥달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러한 성장통을 거쳐서 주인공은 하나의 인격체가 되고 성인이 되어간다. 그리고 아주 당연하듯이 모든 이야기가 잘 풀려서 좋은 결말을 맞는다. 이씨, 그러니까 이게 문제다. 만약 모두가 정당한 노력을 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은 세상일까. 근데 이게 거의 불가능하다는거다. 대성학원 아저씨 말처럼 딱히 유전자 탓을 안해도 아주 보편적인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한국이나 외국이나 말이지. 만약 모든 이야기에서 우리가 보편적으로 느끼는 것이 등장한다면 영화는 얼마나 지루하고 피곤할까. 이러한 이야기로 우리는 이 부조리한 세상에서 잠시 "뿅"하고 가는거다. 환상 속으로, 잠깐의 감동 속으로. 우리에게 분명 어떠한 기대가 있기에 영화를 이렇게 만들고, 이야기를 쓰는 거다. 괜히 성장소설이 재미있는 게 아니란 말이지. 다시 한 번 말하자면 역시 인류는 같은 이야기, 같은 구조의 이야기를 반복한다. 그것이 마치 진실인양 혹은 정의인양 보여질 수 있도록.


물론 이러한 이야기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나쁘다는 게 아니라 나는 좋고 감동하면서 즐겁게 본다. 하지만 이 부조리한 현실을 인식할 때, 혹은 개개인의 노력이 비루한 것으로 비하될 때의 분노는 이겨낼 수가 없다. 대성학원 대빵이 아마 고교생들을 모아놓고 한 저 개소리가 그들의 삶에서 어떤 영향을 미칠 지 알 수는 없지만 너무나 두렵다. 유전자로 인간의 가능성이 80퍼센트 결정된다고 믿게 된다면 그런 자들이 가까운 미래에 머리 위에 서게 되고, 내 아이의 머리 위에 있을 때의 공포란...


오늘 1분 남짓한 동영상 덕분에 오늘 잠도 못자고 열폭하고 있다. 부디 나의 노력과 다른 사람의 노력이 스스로 정당한 것이 될 수 있도록. 또 부끄러운 것이 아닌 게 될 수 있도록. 『가타카』를 올더스 헉슬리를 다시 봐야겠다.


*Almost Famous는 락을 알면 더 신나는 영화. 진지하지만 생각보다 가벼운 영화였다. 개그 요소도 있고, 연애물 성격도 있다. 그리고 『헤드윅』에서 헤드윅의 남자친구로 나온 아저씨가 또 밴드역을 하고 있길래 피식했다. 이 배우 여기서 또 열폭한다.


*Billy Elliot는 아버지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하는 영화다. 아버지란 어떤 존재인가. 또 자존심이라는 게 얼마나 짜증나고 피곤한 놈인지, 책임이라는 것이 얼마나 피곤한 것인지 느낄 수 있었다. 덕분에 영화보면서 오랫만에 눈물 났다.


*이분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하지는 않지만 재미있게 읽었다. 나중에 다시 봐야지...끗

http://thalamus.egloos.com/4175835 


2009/08/20 18:11 2009/08/20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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