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름다우면서도 슬프기만 했다."
"소녀는 그의 마음에 쏙 들었다. 근사한 미모였다."
"그날 밤 레네는 숨을 거두었다."
새삼 내가 짧은 문장에서 감동을 느낀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사랑이란 무엇이고, 아픔이란 무엇이고, 예술이란 도대체 무엇이며,
과연 인간은 살만한 가치가 있는지, 무엇으로 살아왔는지.
많은 아픔과 기쁨과 추억과 괴로움이 인간을 이룬다면,
아직 세상을 살만한 곳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조세희씨의 소설 속의 유토피아처럼,
나는 사랑의 부족한 삶을 살아가고 있다.
그저, 못내 슬프다.
수기로 쓰다가
350p - 이 성당에 고해실은 있었지만 고해실 어디에도 신부님이 보이지 않았다. 신부님들은 죽었거나 병상에 누워 있거나 도망을 쳤고, 감염을 두려워하여 아예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던 것이다… "사랑하는 주님, 제가 어떤 인간이 되었는지 보소서. 저는 사악하고 쓸모없는 인간이 되어 세속 생활에서 돌아왔나이다. 저는 젊은 시절을 허송 세월 하며 허비했고, 남아있는 것이라곤 거의 아무것도 없습니다. 저는 살인을 하고, 도둑질을 하고, 간음을 했습니다. 무위도식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빵을 빼앗아 먹었나이다. … 당신은 이 세상을 악하게 만드셨고, 세상의 질서를 잘못 세우셨나이다. 집집마다 거리마다 온통 시체가 나뒹구는 것을 보았습니다. 부자들은 자기 집에 숨어 있거나 달아나고, 가난한 사람들은 형제들을 묻지 않은 채 버려두고 서로를 의심하며 유대인들을 짐승처럼 살육하는 것도 목격했습니다. 너무나 많은 순진무구한 사람들이 고통받고 파멸하는 것을 보았고, 너무나 많은 악한들이 복에 겹도록 잘 사는 것을 보았습니다.
354p - 골목길을 지나가면서 집을 하나씩 다시 알아볼 수 있게 되자 그는 거의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러고 보면 결국 한 곳에 뿌리내라고 사는 사람들이 부러웠던 게 아닐까. 그들의 멋지고 안정된 집들, 보통 사람들의 느긋한 생활, 고향이 있다는 데서 오는 안정감과 자신감이 부러웠던 것이 아닐까. 가정과 일터에서, 아내와 자식들, 일꾼과 이웃들 틈새에서 편안하게 살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356p - 그 역시 여기 이렇게 앉아서 재회의 감격을 맛보며 감사하고 있으며, 더구나 한 곳에 뿌리내리고 사는 사람들한테도 마음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마치 참상과 죽음이, 레네와 아리따운 유대인 소녀가 언제 있었냐는 식이었다. 골드문트는 빙그레 웃으며 자리를 일어나 가던 길을 계속 갔다.
359 - 세상은 다시 죽음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이다. 한 시간이 지나자 저녁놀은 사라지고 깜깜한 밤이 되었다. 그제서야 울음이 복받쳤다. 그는 앉아서 울었다. 손등과 무릎 위로 따스한 눈물방울이 떨어져 내렸다. 그는 세상을 뜬 스승을 생각하며 울었고, 리즈베트의 잃어버린 아름다움을 생각하며 울었다. 레네를 생각하며, 로베르트를 생각하며, 유대인 처녀를 생각하며, 허망하게 일찍 시든 리즈베트의 청춘을 생각하며 울었다.
361p - 그후 많은 세월이 흘렀고, 저 강으로 많은 물이 흘러내렸다. 그때는 무척 마음이 아팠었다. 그 사실만은 분명히 기억났지만 그때 왜 마음이 아팠었는지는 이제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렇다. 슬픔도 지나가 버렸고, 기쁨과 마찬가지로 고통과 절망도 지나가 버렸다. 그런 감정들은 흘러가 버렸고, 퇴색해 버렸다. 그 감정들의 깊이와 가치도 상실되었고, 이제 드디어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생각하지 않는 그런 시절이 온 것이다. 한떄는 그토록 마 음이 아픈 기억이었건만. 이젠 고통도 꽃잎처럼 시들고 말았다. 오늘 느낀 고통 역시 언젠가는 보잘것없이 시들고 말까?
362p - 그는 소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 도시에서 그래도 누군가가 아직 자기를 알아보고 좋아한다는 사실이 기뻣다.
366p - 그림 그리기를 통해 그의 마음을 짓누르던 우울함과 정체감 그리고 복잡한 심사가 풀리고 누그러졌따. 그림을 그리는 동안만큼은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 잊을 수 있었고, 그의 세계는 제도판과 하얀 종이 그리고 밤중의 촛불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이제 그러한 도취 상태에서 깨어나자 최근에 겪은 일들이 다시 생각났고, 어쩔 수 없이 방랑벽이 새로이 솟구쳐서 도시를 배회하기 시작했다. 재회의 느낌과 이별의 느낌이 절반씩 뒤섞여 분열을 일으키는 기기묘한 심정이었다.
378p - 이제는 아득한 추억으로 밀려난 이 모든 지역이 한떄는 눈앞의 생생한 현실이었던 것이다. 이 숲에서 수없이 잠을 잤고, 산딸기를 따먹었으며, 때로는 굶주림과 추위에 떨었고, 이 산등성이와 벌판을 누비고 다니며 기쁨과 슬픔을 맛보고 또 때로는 기운을 내고 때로는 지쳐 떨어지기도 했다. 시야를 벗어난 먼 곳 어디엔가 착한 레네의 뼈가 불에 타 흩어져 버렸을 것이고, 또 어딘가에서는 한때의 동료 로베르트가 흑사병에 희생되지 않았다면 아직도 떠돌아다니고 있을지도 몰랐다. 또 저쪽 어디에선가는 죽은 빅토르가 누워 있을 것이고, 아주 멀리에는 소년 시절을 보낸 수도원이 마술의 나라처럼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예쁜 딸들이 있는 기사의 성도 어디엔가 있을 것이고, 불쌍한 레베카는 박해를 피해 달아났거나 어쩌면 죽었을지도 몰랐다. 온 사방에 흩어져 있는 이 모든 수많은 장소들 _ 벌판과 숲, 도시와 촌락, 성과 수도원_ 과 죽었든 살아 있든 이 모든 사람들이 그의 마음속에 자리잡고 추억과 사랑과 회한과 그리움으로 서로 맺어져 있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내일 그에게도 죽음이 찾아온다면 이 모든 것은 다시 해체되어 사라지고 말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아직 뭔가 일을 하고 뭔가를 만들어 자기보다 오래 남을 것을 남겨야 할 때였다.
432p - 에리히는 그를 소박하게 좋아하고 한없이 존경했던 것이다. 에리히는 종종 니클라우스 명인이나 주교좌가 있는 도회지에 관해 이야기해 달라고 조르곤 했다. 간혹 그런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골드문트는 불현듯 자기가 이젠 이곳 사람이 되었고 인생을 더 많이 살아온 사람으로서 지난날의 방황과 행적에 대해 이야기해 줄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흠칫 놀라곤 했다. 그런데 그의 인생은 이제 막 제대로 된 새출발을 할 시점이 아닌가.
435p - 골드문트는 커다란 난관에 부딪혔다. 난관은 생각보다 컸다. 그로 인해 걱정이 되긴 했지만, 그런 걱정조차 오히려 달콤할 정도였다. 그는 마치 수줍어하는 여성에게 구애할 떄처럼 때로는 열정적으로, 떄로는 절망적인 심정으로 작품에 매달렸으며, 마치 거대한 가물치와 씨름하는 낚시꾼처럼 사력을 다해 싸웠다. 난관을 부딪힐 때마다 그는 해져갔다. 다른 모든 것은 있고 지냈다. 수도원도, 나르치스조차도 잊었다.
449p - 야외를 돌아다니는 중에 그는 프란치스카라는 이름의 농사꾼 처녀를 만나게 되었다. 그녀는 그의 마음에 쏙 들었고, 그래서 그는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애를 썼다. … 하지만 그의 구애는 거부했다. 골드문트는 자기가 젊은 여성에게 늙어 보인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느꼈다. 그후로는 더 이상 그녀를 찾아가지 않았지만, 이 일이 잊혀지지 않았다. 프란치스카가 옳았다. 그는 이제 변해버린 것이다. 그 자신이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단지 머리카락이 군데군데 나이에 비해 일찍 세었다거나 눈가에 잔주름이 잡힌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느낌이 다르다는 것이다.
452p - "그랬었군" 골드문트가 말했다. "이 마리아 상은 아주 잘 만들어졌어. 그렇지만 들어보게, 나르치스. 이 작품을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나의 모든 청춘을 바쳐야만 했네. 청춘의 방황과 사랑, 뭇 여성에 대한 구애가 필요했지. 그 청춘의 추억이야말로 나의 창작의 원천일세. 이제 곧 그 샘물도 말라버릴걸세. 가슴도 메말라가고. 이 작품이 완성되면 한동안 휴가를 떠날 생각이네. 나를 이해해주겠지? … 그러고는 말을 타고 넓은 세상으로 나가보고 싶네. 아무 말도 하지 말게, 나르치스. 슬퍼하지도 말게. 이곳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가 아닐세. 나한테 여기보다 좋은 곳이 어디 있겠나. 다른 사정 때문일세. 내 소원을 들어주겠지?"
453p - 두 사람 모두 작별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지만, 골드문트는 실제 마음과는 달리 무뚝뚝하고 무심한 듯이 행동했다.
"자네를 다시 볼 수 있겠지?" 나르치스가 물었다.
"자네가 나를 문전박대만 하지 않는다면야 틀림없이 볼 수 있지. 자네를 나르치스라 부르고 자네한테 근심 걱정을 만들어주는 사람이 나말고 또 누가 있겠나. 안심하게. 잊지 말고 에레히한테도 관심을 가져주게나. 그리고 아무도 나의 마리아 상에 손대지 못하게 하구. 이미 말한 대로 마리아 상은 내 방에 그대로 둘 걸세. 열쇠를 다른 사람한테 넘겨주어선 안 되네.
"여행이 고대되는가?"
골드문트는 눈을 껌뻑거렸다.
"그래, 여행은 기다려왔지. 그건 분명해. 그런데 막상 떠나려고 하니까 기대했던 것만큼 신이 나지 않는 군. 자네는 나를 비웃을 테지만 나는 쉽게 사람과 헤어지지 못하거든. 이런 집착이 싫다네. 그건 마치 병과 같은 것이지. 젊고 건강한 사람들은 이런 집착을 모르거든. 니클라우스 선생도 그랬지. 이런 쓸데없는 이야기는 그만두세. 나를 축복해주게나. 그럼 떠나겠네."
골드문트는 말을 타고 여행길에 올랐다.
나르치스는 친구에 대한 생각에 깊이 빠져들었다. 이 친구를 위해 노심초사했고, 이 친구를 그리워했다. 정처없이 떠도는 이 친구가 둥지를 떠났던 새처럼 다시 자기한테로 돌아올까? 이제 이 기이하고도 사랑스러운 친구는 다시 정처없는 여정에 올랐다. 그는 다시 욕망과 호기심에 들떠 정처없는 여정에 올랐다. 그는 다시 욕망과 호기심에 들떠 세상을 돌아다닐 것이다. 자신의 어두운 충동을 못 이겨 걷잡을 수 없이, 지칠 줄 모르고 다 큰 아이처럼 돌아다닐 것이다. … 자기가 나이 들어 가는 것에 한탄하면서 어린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이 금발의 소년이 이다지도 걱정이 되는 것일까! 이 친구 때문에 얼마나 마음을 졸여야 했던가. 그렇지만 나르치스는 이 친구를 생각하면 진심으로 기뻤다. 근본적으로 따지자면 이 반항아를 길들이기 어렵다는 사실, 또다시 변덕을 부려 굴레를 부수고 모험을 감수한다는 사실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 자기가 얼마나 그 친구를 좋아하며 그가 다른 사람이 되기를 바란 적도 거의 없었다는 것을, 그 친구와 예술로 인해 자신이 얼마나 풍요로워졌는가를 그에게 좀더 많이 털어놓았어야 하지 않을까? 그에게 그런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았다. 어쩌면 너무 심할 정도로. 그러지만 않았아도 혹시 그를 붙잡아둘 수 있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나르치스가 골드문트로 인해 풍요로워진 것만은 아니었다. 그는 골드문트로 인해 오히려 더 마음이 가난해지고 약해졌다. 하지만 다행히도 친구에게 그런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그가 고향으로 여기고 살아가는 세계, 수도원 생활과 그의 직책, 학문, 멋지게 지어진 사상의 건축물 등 그의 세계가 친구로 인해 곧잘 심한 충격을 받고 미심쩍어 지는 것이었다. 물론 수도원의 관점에서 보면, 이성과 도덕의 기준으로 보면 그 자신의 인생이 더 낫고 올바르며 더 안정되고 정돈되어 있으며 더 모범적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 그것은 방랑자나 바람둥이로 살아가는 예술가의 인생보다 훨씬 더 순수하고 더 나은 삶이었다. 그런데 하늘나라의 관점, 하느님의 관점에서 보면 과연 어떨까? 모범적인 삶의 질서와 규율, 세속적 욕망과 감각적 쾌락의 단념, 더러운 일과 피 묻히는 일을 멀리하고 철학과 기도에만 몰입하는 것이 과연 진정으로 골드문트의 삶보다 더 낫다고 할 수 있을까? 인간이라는 존재는 정말 정해진 규칙대로 살아가도록 되어 있는까? … 수도원장 나르치스는 친구를 생각할 때면 이러한 의문들을 떨칠 수 없었다.
그래, 어쩌면 골드문트와 같은 인생을 사는 것이 그저 유치하다거나 인간의 한계라고는 할 수 없는지도 몰랐다. … 다 해진 신발을 신고 숲과 시골길을 누비고 다니며 눈비를 맞고 굶주림과 곤핍한 처지를 겪고 감각의 쾌락을 즐기다가 고통의 대가를 치르고 살아가는 편이 어쩌면 더 힘들고 용감하며 고귀한 것인지도 몰랐다.… 그는 왜소하거나 천박하지 않았고, 자기 속에 깃들여 있는 성스러움을 죽이지도 않았다. 어두운 욕망에 깊숙이 말려들어 방황하면서도 그의 영혼의 성스러운 곳에서는 성스러운 빛과 창조력이 결코 소진되지 않았던 것이다. 나르치스는 친구의 호란된 삶을 깊이 들여다보았다. 그렇다고 해서 그에 대한 사랑이나 존경심이 결코 줄어들지는 않았다. 그렇기는커녕 나르치스는 골드문트의 더럽혀진 손에서 이 놀랍고도 평온하고도 생기 넘치는 형상이, 보이지 않는 형식과 질서에 의해 변용된 이 형상이 만들어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 나르치스는 친구와 대화를 나누면서 자기가 더 우월하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그의 정열을 자기 자신의 정돈된 생각으로 견제하곤 했다. 그것은 그에겐 쉬운 일이었다.
459p - 골드문트가 나가 있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나르치스는 골드문트가 자기한테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알게 되었다.… 아무도 대신할 수 없는 바로 그 역할은 오직 골드문트만이 할 수 있었다. 이제 다시 떠나고 없는 친구를 그리워해야 한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는 멀리 떨어져 있는 친구를 생각하며 그리움에 잠겼다. … 하지만 오직 하느님과 자신의 직분에만 충실해야 할 자신의 마음이 너무나 엄청나게 이 친구한테 쏠려 있다는 것을 깨닫고 괴로웠으며, 또한 상실감에 괴로웠다.
463p - 그는 일어나서 무거운 몸을 이끌고 벽쪽으로 걸어갔다. 그는 벽에 걸려 있는 작은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그는 거울에서 자기를 마주 보고 있는 골드문트라는 인간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지쳐 있는 골드문트, 지치고 늙고 시들어버린 한 사나이가 서 있었다. 수염은 벌써 하얗게 세어 있었다. 의지할 데도 없어 보이는 노인네가 흐릿한 작은 거울 안에서 자기를 마주보고 있었다. 잘 아는 얼굴이긴 했지만 낯설게 변해 있었고, 마치 허깨비처럼 무심한 얼굴이었다.
469p - 나르치스는 슬픔과 사랑으로 터질 것 같은 심정으로 친구를 향해 천천히 몸을 굽혔다. 그러고는 골드문트의 머카락과 이마에 입을 마추었다. 오랜 세월을 친구로 지내왔으면서도 한 번도 하지 않았던 행동이었다. 골드문트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차리고는 처음에는 어리둥절해하다가 나중에는 가슴이 뭉클해졌다.
나르치스는 친구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골드문트, 진작 말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네. 당시 대주교님의 관할 도시에서 감옥으로 자네를 찾아갔을 때나 아니면 자네의 첫 작품들을 보게 되었을 때 혹은 언제라도 말했어야 하는데. 오늘은 내가 자네를 얼마나 좋아하며, 자네가 내 인생을 얼마나 풍요롭게 했는지 털어놓아야겠네. 이런 이야기가 자네한테는 대수롭지 않을지도 모르지. 자네는 사람을 사랑하는 데 익숙해 있고, 자네한테 사랑이라는 것이 진귀한 게 아닐테니까. 자네는 그토록 많은 여성한테 귀찮을 정도로 사랑을 받지 않았나. 하지만 나는 다르다네. 내가 살아온 인생에 사랑이 빈곤하고, 나의 인생에서 무엇보다 결여되어 있는 것이 사랑일세.… 물론 내가 사람들을 부당하게 대하지는 않아. 사람들한테 공정하고 인내심을 가지려고 노력하지. 하지만 사람들을 사랑한 적은 없어. … 그런데도 내가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면 그건 자네 덕분일세. 자네만은 사랑할 수 있었으니까. 사람들 가운데 오직 자네만을 말일세. 그건 사막에서 솟구치는 샘물이요, 황무지에서 꽃을 피우는 나무와 같은 걸세. 나의 마음이 황폐하게 메마르지 않고, 하느님의 은총이 닿을 수 있는 자리 하나가 나에게 남아있는 것은 오직 자네 덕분일세.
354p - 골목길을 지나가면서 집을 하나씩 다시 알아볼 수 있게 되자 그는 거의 눈물이 나올 지경이었다. 그러고 보면 결국 한 곳에 뿌리내라고 사는 사람들이 부러웠던 게 아닐까. 그들의 멋지고 안정된 집들, 보통 사람들의 느긋한 생활, 고향이 있다는 데서 오는 안정감과 자신감이 부러웠던 것이 아닐까. 가정과 일터에서, 아내와 자식들, 일꾼과 이웃들 틈새에서 편안하게 살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356p - 그 역시 여기 이렇게 앉아서 재회의 감격을 맛보며 감사하고 있으며, 더구나 한 곳에 뿌리내리고 사는 사람들한테도 마음이 열리고 있는 것이다. 마치 참상과 죽음이, 레네와 아리따운 유대인 소녀가 언제 있었냐는 식이었다. 골드문트는 빙그레 웃으며 자리를 일어나 가던 길을 계속 갔다.
359 - 세상은 다시 죽음으로 가득 차 있는 것이다. 한 시간이 지나자 저녁놀은 사라지고 깜깜한 밤이 되었다. 그제서야 울음이 복받쳤다. 그는 앉아서 울었다. 손등과 무릎 위로 따스한 눈물방울이 떨어져 내렸다. 그는 세상을 뜬 스승을 생각하며 울었고, 리즈베트의 잃어버린 아름다움을 생각하며 울었다. 레네를 생각하며, 로베르트를 생각하며, 유대인 처녀를 생각하며, 허망하게 일찍 시든 리즈베트의 청춘을 생각하며 울었다.
361p - 그후 많은 세월이 흘렀고, 저 강으로 많은 물이 흘러내렸다. 그때는 무척 마음이 아팠었다. 그 사실만은 분명히 기억났지만 그때 왜 마음이 아팠었는지는 이제 알 수 없게 되어버렸다. 그렇다. 슬픔도 지나가 버렸고, 기쁨과 마찬가지로 고통과 절망도 지나가 버렸다. 그런 감정들은 흘러가 버렸고, 퇴색해 버렸다. 그 감정들의 깊이와 가치도 상실되었고, 이제 드디어 과거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생각하지 않는 그런 시절이 온 것이다. 한떄는 그토록 마 음이 아픈 기억이었건만. 이젠 고통도 꽃잎처럼 시들고 말았다. 오늘 느낀 고통 역시 언젠가는 보잘것없이 시들고 말까?
362p - 그는 소녀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 도시에서 그래도 누군가가 아직 자기를 알아보고 좋아한다는 사실이 기뻣다.
366p - 그림 그리기를 통해 그의 마음을 짓누르던 우울함과 정체감 그리고 복잡한 심사가 풀리고 누그러졌따. 그림을 그리는 동안만큼은 자기가 어디에 있는지 잊을 수 있었고, 그의 세계는 제도판과 하얀 종이 그리고 밤중의 촛불로만 이루어져 있었다. 이제 그러한 도취 상태에서 깨어나자 최근에 겪은 일들이 다시 생각났고, 어쩔 수 없이 방랑벽이 새로이 솟구쳐서 도시를 배회하기 시작했다. 재회의 느낌과 이별의 느낌이 절반씩 뒤섞여 분열을 일으키는 기기묘한 심정이었다.
378p - 이제는 아득한 추억으로 밀려난 이 모든 지역이 한떄는 눈앞의 생생한 현실이었던 것이다. 이 숲에서 수없이 잠을 잤고, 산딸기를 따먹었으며, 때로는 굶주림과 추위에 떨었고, 이 산등성이와 벌판을 누비고 다니며 기쁨과 슬픔을 맛보고 또 때로는 기운을 내고 때로는 지쳐 떨어지기도 했다. 시야를 벗어난 먼 곳 어디엔가 착한 레네의 뼈가 불에 타 흩어져 버렸을 것이고, 또 어딘가에서는 한때의 동료 로베르트가 흑사병에 희생되지 않았다면 아직도 떠돌아다니고 있을지도 몰랐다. 또 저쪽 어디에선가는 죽은 빅토르가 누워 있을 것이고, 아주 멀리에는 소년 시절을 보낸 수도원이 마술의 나라처럼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예쁜 딸들이 있는 기사의 성도 어디엔가 있을 것이고, 불쌍한 레베카는 박해를 피해 달아났거나 어쩌면 죽었을지도 몰랐다. 온 사방에 흩어져 있는 이 모든 수많은 장소들 _ 벌판과 숲, 도시와 촌락, 성과 수도원_ 과 죽었든 살아 있든 이 모든 사람들이 그의 마음속에 자리잡고 추억과 사랑과 회한과 그리움으로 서로 맺어져 있다는 것을 그는 알고 있었다. 그리고 내일 그에게도 죽음이 찾아온다면 이 모든 것은 다시 해체되어 사라지고 말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니 아직 뭔가 일을 하고 뭔가를 만들어 자기보다 오래 남을 것을 남겨야 할 때였다.
432p - 에리히는 그를 소박하게 좋아하고 한없이 존경했던 것이다. 에리히는 종종 니클라우스 명인이나 주교좌가 있는 도회지에 관해 이야기해 달라고 조르곤 했다. 간혹 그런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골드문트는 불현듯 자기가 이젠 이곳 사람이 되었고 인생을 더 많이 살아온 사람으로서 지난날의 방황과 행적에 대해 이야기해 줄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에 흠칫 놀라곤 했다. 그런데 그의 인생은 이제 막 제대로 된 새출발을 할 시점이 아닌가.
435p - 골드문트는 커다란 난관에 부딪혔다. 난관은 생각보다 컸다. 그로 인해 걱정이 되긴 했지만, 그런 걱정조차 오히려 달콤할 정도였다. 그는 마치 수줍어하는 여성에게 구애할 떄처럼 때로는 열정적으로, 떄로는 절망적인 심정으로 작품에 매달렸으며, 마치 거대한 가물치와 씨름하는 낚시꾼처럼 사력을 다해 싸웠다. 난관을 부딪힐 때마다 그는 해져갔다. 다른 모든 것은 있고 지냈다. 수도원도, 나르치스조차도 잊었다.
449p - 야외를 돌아다니는 중에 그는 프란치스카라는 이름의 농사꾼 처녀를 만나게 되었다. 그녀는 그의 마음에 쏙 들었고, 그래서 그는 그녀의 마음을 사로잡으려고 애를 썼다. … 하지만 그의 구애는 거부했다. 골드문트는 자기가 젊은 여성에게 늙어 보인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느꼈다. 그후로는 더 이상 그녀를 찾아가지 않았지만, 이 일이 잊혀지지 않았다. 프란치스카가 옳았다. 그는 이제 변해버린 것이다. 그 자신이 그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것은 단지 머리카락이 군데군데 나이에 비해 일찍 세었다거나 눈가에 잔주름이 잡힌다는 사실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보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느낌이 다르다는 것이다.
452p - "그랬었군" 골드문트가 말했다. "이 마리아 상은 아주 잘 만들어졌어. 그렇지만 들어보게, 나르치스. 이 작품을 제대로 만들기 위해서는 나의 모든 청춘을 바쳐야만 했네. 청춘의 방황과 사랑, 뭇 여성에 대한 구애가 필요했지. 그 청춘의 추억이야말로 나의 창작의 원천일세. 이제 곧 그 샘물도 말라버릴걸세. 가슴도 메말라가고. 이 작품이 완성되면 한동안 휴가를 떠날 생각이네. 나를 이해해주겠지? … 그러고는 말을 타고 넓은 세상으로 나가보고 싶네. 아무 말도 하지 말게, 나르치스. 슬퍼하지도 말게. 이곳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가 아닐세. 나한테 여기보다 좋은 곳이 어디 있겠나. 다른 사정 때문일세. 내 소원을 들어주겠지?"
453p - 두 사람 모두 작별한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지만, 골드문트는 실제 마음과는 달리 무뚝뚝하고 무심한 듯이 행동했다.
"자네를 다시 볼 수 있겠지?" 나르치스가 물었다.
"자네가 나를 문전박대만 하지 않는다면야 틀림없이 볼 수 있지. 자네를 나르치스라 부르고 자네한테 근심 걱정을 만들어주는 사람이 나말고 또 누가 있겠나. 안심하게. 잊지 말고 에레히한테도 관심을 가져주게나. 그리고 아무도 나의 마리아 상에 손대지 못하게 하구. 이미 말한 대로 마리아 상은 내 방에 그대로 둘 걸세. 열쇠를 다른 사람한테 넘겨주어선 안 되네.
"여행이 고대되는가?"
골드문트는 눈을 껌뻑거렸다.
"그래, 여행은 기다려왔지. 그건 분명해. 그런데 막상 떠나려고 하니까 기대했던 것만큼 신이 나지 않는 군. 자네는 나를 비웃을 테지만 나는 쉽게 사람과 헤어지지 못하거든. 이런 집착이 싫다네. 그건 마치 병과 같은 것이지. 젊고 건강한 사람들은 이런 집착을 모르거든. 니클라우스 선생도 그랬지. 이런 쓸데없는 이야기는 그만두세. 나를 축복해주게나. 그럼 떠나겠네."
골드문트는 말을 타고 여행길에 올랐다.
나르치스는 친구에 대한 생각에 깊이 빠져들었다. 이 친구를 위해 노심초사했고, 이 친구를 그리워했다. 정처없이 떠도는 이 친구가 둥지를 떠났던 새처럼 다시 자기한테로 돌아올까? 이제 이 기이하고도 사랑스러운 친구는 다시 정처없는 여정에 올랐다. 그는 다시 욕망과 호기심에 들떠 정처없는 여정에 올랐다. 그는 다시 욕망과 호기심에 들떠 세상을 돌아다닐 것이다. 자신의 어두운 충동을 못 이겨 걷잡을 수 없이, 지칠 줄 모르고 다 큰 아이처럼 돌아다닐 것이다. … 자기가 나이 들어 가는 것에 한탄하면서 어린아이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이 금발의 소년이 이다지도 걱정이 되는 것일까! 이 친구 때문에 얼마나 마음을 졸여야 했던가. 그렇지만 나르치스는 이 친구를 생각하면 진심으로 기뻤다. 근본적으로 따지자면 이 반항아를 길들이기 어렵다는 사실, 또다시 변덕을 부려 굴레를 부수고 모험을 감수한다는 사실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 자기가 얼마나 그 친구를 좋아하며 그가 다른 사람이 되기를 바란 적도 거의 없었다는 것을, 그 친구와 예술로 인해 자신이 얼마나 풍요로워졌는가를 그에게 좀더 많이 털어놓았어야 하지 않을까? 그에게 그런 이야기는 거의 하지 않았다. 어쩌면 너무 심할 정도로. 그러지만 않았아도 혹시 그를 붙잡아둘 수 있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나르치스가 골드문트로 인해 풍요로워진 것만은 아니었다. 그는 골드문트로 인해 오히려 더 마음이 가난해지고 약해졌다. 하지만 다행히도 친구에게 그런 모습을 드러내지는 않았다. 그가 고향으로 여기고 살아가는 세계, 수도원 생활과 그의 직책, 학문, 멋지게 지어진 사상의 건축물 등 그의 세계가 친구로 인해 곧잘 심한 충격을 받고 미심쩍어 지는 것이었다. 물론 수도원의 관점에서 보면, 이성과 도덕의 기준으로 보면 그 자신의 인생이 더 낫고 올바르며 더 안정되고 정돈되어 있으며 더 모범적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 그것은 방랑자나 바람둥이로 살아가는 예술가의 인생보다 훨씬 더 순수하고 더 나은 삶이었다. 그런데 하늘나라의 관점, 하느님의 관점에서 보면 과연 어떨까? 모범적인 삶의 질서와 규율, 세속적 욕망과 감각적 쾌락의 단념, 더러운 일과 피 묻히는 일을 멀리하고 철학과 기도에만 몰입하는 것이 과연 진정으로 골드문트의 삶보다 더 낫다고 할 수 있을까? 인간이라는 존재는 정말 정해진 규칙대로 살아가도록 되어 있는까? … 수도원장 나르치스는 친구를 생각할 때면 이러한 의문들을 떨칠 수 없었다.
그래, 어쩌면 골드문트와 같은 인생을 사는 것이 그저 유치하다거나 인간의 한계라고는 할 수 없는지도 몰랐다. … 다 해진 신발을 신고 숲과 시골길을 누비고 다니며 눈비를 맞고 굶주림과 곤핍한 처지를 겪고 감각의 쾌락을 즐기다가 고통의 대가를 치르고 살아가는 편이 어쩌면 더 힘들고 용감하며 고귀한 것인지도 몰랐다.… 그는 왜소하거나 천박하지 않았고, 자기 속에 깃들여 있는 성스러움을 죽이지도 않았다. 어두운 욕망에 깊숙이 말려들어 방황하면서도 그의 영혼의 성스러운 곳에서는 성스러운 빛과 창조력이 결코 소진되지 않았던 것이다. 나르치스는 친구의 호란된 삶을 깊이 들여다보았다. 그렇다고 해서 그에 대한 사랑이나 존경심이 결코 줄어들지는 않았다. 그렇기는커녕 나르치스는 골드문트의 더럽혀진 손에서 이 놀랍고도 평온하고도 생기 넘치는 형상이, 보이지 않는 형식과 질서에 의해 변용된 이 형상이 만들어지는 것을 지켜보았다. … 나르치스는 친구와 대화를 나누면서 자기가 더 우월하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그의 정열을 자기 자신의 정돈된 생각으로 견제하곤 했다. 그것은 그에겐 쉬운 일이었다.
459p - 골드문트가 나가 있는 기간이 길어질수록 나르치스는 골드문트가 자기한테 얼마나 소중한 존재였는지 알게 되었다.… 아무도 대신할 수 없는 바로 그 역할은 오직 골드문트만이 할 수 있었다. 이제 다시 떠나고 없는 친구를 그리워해야 한다는 사실에 마음이 무겁게 가라앉았다. 그는 멀리 떨어져 있는 친구를 생각하며 그리움에 잠겼다. … 하지만 오직 하느님과 자신의 직분에만 충실해야 할 자신의 마음이 너무나 엄청나게 이 친구한테 쏠려 있다는 것을 깨닫고 괴로웠으며, 또한 상실감에 괴로웠다.
463p - 그는 일어나서 무거운 몸을 이끌고 벽쪽으로 걸어갔다. 그는 벽에 걸려 있는 작은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그는 거울에서 자기를 마주 보고 있는 골드문트라는 인간을 주의 깊게 살펴보았다. 지쳐 있는 골드문트, 지치고 늙고 시들어버린 한 사나이가 서 있었다. 수염은 벌써 하얗게 세어 있었다. 의지할 데도 없어 보이는 노인네가 흐릿한 작은 거울 안에서 자기를 마주보고 있었다. 잘 아는 얼굴이긴 했지만 낯설게 변해 있었고, 마치 허깨비처럼 무심한 얼굴이었다.
469p - 나르치스는 슬픔과 사랑으로 터질 것 같은 심정으로 친구를 향해 천천히 몸을 굽혔다. 그러고는 골드문트의 머카락과 이마에 입을 마추었다. 오랜 세월을 친구로 지내왔으면서도 한 번도 하지 않았던 행동이었다. 골드문트는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알아차리고는 처음에는 어리둥절해하다가 나중에는 가슴이 뭉클해졌다.
나르치스는 친구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골드문트, 진작 말해주지 못해서 미안하네. 당시 대주교님의 관할 도시에서 감옥으로 자네를 찾아갔을 때나 아니면 자네의 첫 작품들을 보게 되었을 때 혹은 언제라도 말했어야 하는데. 오늘은 내가 자네를 얼마나 좋아하며, 자네가 내 인생을 얼마나 풍요롭게 했는지 털어놓아야겠네. 이런 이야기가 자네한테는 대수롭지 않을지도 모르지. 자네는 사람을 사랑하는 데 익숙해 있고, 자네한테 사랑이라는 것이 진귀한 게 아닐테니까. 자네는 그토록 많은 여성한테 귀찮을 정도로 사랑을 받지 않았나. 하지만 나는 다르다네. 내가 살아온 인생에 사랑이 빈곤하고, 나의 인생에서 무엇보다 결여되어 있는 것이 사랑일세.… 물론 내가 사람들을 부당하게 대하지는 않아. 사람들한테 공정하고 인내심을 가지려고 노력하지. 하지만 사람들을 사랑한 적은 없어. … 그런데도 내가 사랑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면 그건 자네 덕분일세. 자네만은 사랑할 수 있었으니까. 사람들 가운데 오직 자네만을 말일세. 그건 사막에서 솟구치는 샘물이요, 황무지에서 꽃을 피우는 나무와 같은 걸세. 나의 마음이 황폐하게 메마르지 않고, 하느님의 은총이 닿을 수 있는 자리 하나가 나에게 남아있는 것은 오직 자네 덕분일세.
2009/05/24 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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