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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가는 모든 순간을 소중히 ::

밥상머리에서 궁상떨기

일상과 책 2009/02/03 03:09 by 애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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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득 따뜻한 밥을 한 숟가락 떠 먹다가, 내가 과연 오늘의 밥값을 했는지 생각해보았다.
차마 밥이 입에 들어가질 않는다.
 '숨 쉬는 일이 목을 조르는 것 같아' 라는 시구가 생각났다.(결국 틀린 시구였지만)
누구였을까 한참을 생각해보니, 이성복의 시 같았다.
'꿈은 서럽고 삶은 폭력적이다'라는 시구도 생각나고 말이지.
그런데 『호랑가시 나무』라는 시집에서 나온 대목인 것까지는 알겠는데,
시 전문이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토록이나 보고 또 보고 외운 시였는데 말이지.
문학도는 아니지만, 기숙사 좁고 답답한 이층 침대에 앉아, 아침마다 시집을 본적이 있었는 걸,
좋은 시절이 다 가버린 듯한 느낌이 든다. 대체 어떻게 하자고 시간은 속절없이 흘러가는지.

교보문고에 앉아서 로맹 가리의 전기 소설 『로맹가리』를 틈틈이 본다.
『새들은 페루에 가서 죽다』라는 책에 빠져들어 한동안 그것만 베낀 기억도 난다.

어떻게 하면 삶의 허무함과 아픔을 문자로 쓸어담을 수 있는지 궁금했는데,

어떻게 하면 홀어머니 밑에서 국적을 바꿔다니고,

어떻게 유태계 프랑스인으로 2차 세계 대전을 살아남았으며,

어떻게 가명으로 한 번 수상한 콩쿠르에 또 입상했으며,

왜 그는 권총 자살로 생을 마감했는지,

약간의 실마리가 풀린다. 그는

감히 누군가 글을 알려주지 않았고,

감히 문학과 관련된 학과에도 진학하지 않았으며,

감히 혼자 쓰고, 지우고, 수정하는 일에 몰두했다고 한다.

인생의 가시밭길은 그에게 권총을 안겨줬지만 말이지.

피나는 노력과 나에 대해서, 그리고 나에 대해서

밥을 한숟가락 먹다가 떠올른 시구.


-헤헤, 다행이 시 하나는 적당히 외운 모양이다 기억나는 걸 보면,


치욕의 끝


이성복


치욕이여

모락모락 김나는

한 그릇 쌀밥이여,

꿈 꾸는 일이 목 조르는 일 같아

우리 떠난 후에 더욱 빛날 철길이여!

*이성복의 시집은 김훈의 <내가 읽은 책과 세상>의 "『남해 금산』을 백 번 읽었고 씀." 이라는
문구를 읽고 봄. 그러나 개정판에 『남해 금산』이 없어, 지인의 책으로 보았다.
**로맹 가리는 윤영수의 『소설 쓰는 밤』에서 얻어 와서 보았다.

2009/02/03 03:09 2009/02/03 0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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