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에게 아주 중요한 부탁이 하나 있소. 정말 나로서는 중요한 일이오. 내 부탁을 들어주시겠소?"
이방인은 내 거동으로 볼 때 틀림없이 돈을, 그것도 적지 않은 돈을 빌려 달라고 말할 거라고 생각하는 듯했다. 그는 아주 곤혹스런 표정으로 말했다.
"무슨 부탁인데요? 말씀해보세요."
"그 <마조셰>에 나는 깊이 빠지고 말았소. 하루라도 그걸 듣지 않는 날은 잠조차 오지 않는 거요. 그렇게 아름다운 노래는 처음이요. 그 노래를 내가 매일 들을 수는 없을까요? 그렇게만 할 수 있다면 어떤 대가라도 치르겠소."
일단 돈 얘기가 아닌 걸 알게 된 이방인이 안도감을 느끼고 내게 뜻밖에 선선하게 말했다.
"가져요 그렇게 소원이라면 거저 주겠소."
그 순간 나는 감격해서 말을 못했다.‥‥‥
『바흐를 좋아하세요?』, 송영, p.219~220
도대체 인생에 있어서 음악이란 무엇인가?
당신은 자신이 좋아하는 것에 대해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돌아본 적이 있는가?
이 늙은 남자의 글에서는, 깊은 세월의 질감이 느껴진다.
삶에 대한, 음악에 대한 자기 성찰이 나이 먹어감에 대해서 생각하게 한다.
책이 너무 놀라워서, 나는 챕터를 넘어갈 때마다 음악하는 친구에게 쪼르르 전화를 해댔다.
이런 세상이 있었구나하고 말이지.
나의 책 친구이자 커피 가게 사모님께 한 권 사다 드렸더니,
오랫만에 제대로 된 책을 읽었다고 좋아하신다.
그래서인지 이 작은 에세이가 내 책장에 박혀 있는 모습이 참 보기가 좋다.

